일본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단연 ‘식도락(미식 탐방)’입니다. 특히 히로시마는 독자적인 음식 문화를 발달시켜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은 도시”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오사카 스타일과 완벽히 차별화되는 히로시마만의 오코노미야키부터, 일본 최고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싱싱한 굴 요리, 중독성 강한 매운 맛의 히로시마 츠케멘과 국물 없는 탄탄멘, 그리고 미야지마의 명물 디저트 모미지 만쥬 등이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히로시마에 오면 반드시 맛봐야 할 5가지 대표 음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히로시마式 오코노미야키, 오사카와 무엇이 다를까
오코노미야키라고 하면 흔히 오사카를 떠올리기 쉽지만, 히로시마 사람들에게 오코노미야키는 지역의 자부심이 담긴 음식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조리 방식에 있습니다. 오사카 스타일 오코노미야키가 반죽과 재료를 모두 섞어 한 번에 부치는 방식이라면, 히로시마 스타일은 얇게 편 반죽 위에 채 썬 양배추와 숙주, 돼지고기 등을 켜켜이 쌓아 올린 뒤, 그 위에 별도로 삶은 면(야키소바나 우동면)을 더해 층층이 겹쳐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마지막으로 달걀 프라이를 얹어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아, 한 접시 안에서 바삭한 반죽과 촉촉한 양배추, 쫄깃한 면발까지 서로 다른 식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시내 곳곳에는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이 모여 있는 건물이 여러 곳 있어, 한 곳에서 여러 가게의 맛을 비교해볼 수 있다는 것도 히로시마만의 재미입니다.

굴 요리, 제철에 맞춰 즐기는 히로시마의 자랑
히로시마는 일본 전체 굴 생산량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굴 생산량 1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세토내해의 잔잔한 물살과 풍부한 영양분 덕분에 알이 크고 진한 감칠맛을 지닌 굴이 자라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굴이 가장 맛있는 시기는 대체로 겨울부터 초봄까지로, 이 시기에 방문한다면 굴구이, 굴튀김, 굴밥, 굴 전골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즐길 수 있는 굴 전문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미야지마 오모테산도 상점가에는 즉석에서 숯불에 구워주는 굴구이 노점과 식당이 많아, 관광 중 가볍게 들러 한두 알씩 맛보기에도 좋습니다. 굴구이와 굴튀김을 함께 구성한 세트 메뉴를 판매하는 곳이 많으니, 처음 방문한다면 이런 세트 메뉴로 다양한 조리법을 한 번에 맛보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다만 굴은 계절과 산지 상황에 따라 물량이 달라질 수 있어, 성수기가 아니라면 메뉴 구성이 다소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해두시면 좋겠습니다.
추천 굴 요리 종류
- 카키야키 (牡蠣焼き): 껍질째 숯불이나 철판에 구워 레몬즙을 살짝 뿌려 먹는 대표적인 구이 요리.
- 카키후라이 (牡蠣フライ): 바삭한 튀김옷 속에 촉촉한 굴의 즙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굴 튀김.
- 카키 메시 (牡蠣飯): 굴 우린 물로 밥을 지어 고소함이 일품인 굴 밥.

매운맛 마니아들의 성지! ‘히로시마 츠케멘’
히로시마의 또 다른 대표 면 요리로는 ‘히로시마 츠케멘’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츠케멘이 돈코츠나 교자 육수 베이스인 경우가 많다면, 히로시마식 츠케멘은 라유를 더한 매콤하고 진한 국물이 특징으로, 면을 국물에 찍어 먹다가 마지막에는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방식이 정착되어 있습니다. 얼큰한 국물 요리가 생각날 때 방문하기 좋은 메뉴로, 시내 라멘·츠케멘 전문점 곳곳에서 이 지역 스타일을 맛볼 수 있습니다.
츠케멘 주문 및 맛보기 꿀팁
- 맵기 조절: 대부분의 가게에서 맵기 단계를 1단계부터 30단계(혹은 그 이상)까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매운맛에 강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3~5단계 이상을 선택해도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 토핑: 데친 양배추와 삶은 계란, 차슈, 파가 푸짐하게 올라가 면과 함께 곁들여 먹는 식감이 일품입니다.

탄탄멘, 매콤한 국물이 생각날 때
츠케멘과 함께 히로시마 시내 면 요리 맛집에서 자주 눈에 띄는 메뉴가 바로 탄탄멘입니다. 원래 쓰촨 지역의 매콤한 비빔면에서 출발한 요리지만, 일본으로 건너오며 참깨 베이스의 진한 국물에 라유와 다진 고기 고명을 더한 형태로 정착했습니다. 히로시마 시내 라멘·중화면 전문점에서는 이 탄탄멘을 츠케멘과 나란히 대표 메뉴로 내세우는 곳이 많아, 진하고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국물 요리를 원한다면 함께 곁들여보기 좋은 선택입니다.
가게에 따라 국물 없이 비벼 먹는 ‘마제소바 스타일’ 탄탄멘을 함께 선보이는 곳도 있으니, 두 가지 스타일을 하루씩 나눠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국물 없는 탄탄멘 맛있게 먹는 법칙
- 면과 간장 베이스 소스, 마라(화조), 다진 고기, 파가 그릇에 담겨 나옵니다.
- 음식이 나오면 소스와 면이 완전히 섞이도록 최소 20회 이상 슥슥 비벼줍니다.
- 면을 다 먹고 남은 양념에 공깃밥(자스민 밥 또는 흰밥)과 온센타마고(수란)를 추가해 비벼 먹으면 완벽한 마무리가 됩니다.

모미지(단풍잎) 만주, 미야지마 여행의 마무리 간식
미야지마를 여행한다면 절대 빠지지 않는 간식이 바로 단풍잎 모양의 화과자, ‘모미지 만주’입니다. 팥소를 넣은 카스텔라 반죽을 단풍잎 모양 틀에 구워낸 것이 기본형이지만, 최근에는 커스터드 크림, 초콜릿, 세토우치 레몬 등 다양한 맛으로 변주된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오모테산도 상점가를 걷다 보면 매장 유리창 너머로 만주가 구워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곳들도 있어, 먹거리 구경만으로도 산책의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갓 튀겨낸 ‘모미지 만주 튀김’은 바삭한 튀김옷과 따뜻하고 부드러운 속이 대비를 이루어, 매장에서 바로 먹는 것을 추천하는 메뉴로 꼽힙니다.

[Q&A] 히로시마 미식 여행 자주 묻는 질문 BEST 3
Q1. 혼자 여행(혼밥)해도 오코노미야키나 굴 요리를 먹기에 부담 없나요?
A1). 전혀 부담 없습니다! 히로시마의 대부분 오코노미야키 매장은 바 형태의 카운터 철판 좌석이 잘 갖춰져 있어 혼밥족이 매우 많습니다. 굴 요리 매장 역시 1인 세트 메뉴가 잘 구비되어 있습니다.
Q2. 굴은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나요?
A2). 생굴의 제철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이지만, 히로시마에서는 급냉 기술 및 철저한 위생 관리를 통해 사계절 내내 안전하고 품질 좋은 굴 구이와 튀김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Q3. 히로시마역 근처에서 밤 늦게 술 한잔하기 좋은 곳이 있나요?
A3. 히로시마역 신칸센구치 건너편의 ‘에키니시(Ekinishi)’ 거리를 추천합니다. 옛 선술집 골목 감성이 남아 있는 곳으로, 작은 이자카야와 야키토리 집들이 모여 있어 현지 분위기를 느끼기에 제격입니다.
지금까지 히로시마 여행 시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 5가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코노미야키의 든든함, 굴 요리의 진한 감칠맛, 츠케멘과 탄탄멘의 얼큰함, 그리고 모미지 만주의 달콤함까지 더해지면 히로시마 여행의 미식 한 축은 충분히 완성됩니다. 시내에서는 오코노미야키와 츠케멘을, 미야지마에서는 굴 요리와 모미지 만주를 중심으로 동선을 짜두면 앞서 소개해드린 관광 코스와도 자연스럽게 맞물릴 수 있습니다.
히로시마에서 꼭 방문해야 할 명소 4곳에 대해서는 하단 링크를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편에서는 히로시마를 거점 삼아 다녀올 수 있는 근교 소도시, 오노미치와 토끼섬으로 잘 알려진 오쿠노시마까지 함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