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시내와 미야지마까지 둘러봤다면, 일정에 하루 이틀 정도 여유가 있는 여행자에게는 근교 소도시로 발을 넓혀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레트로한 항구 마을 ‘오노미치’, 토끼로 유명한 ‘오쿠노시마’, 그리고 전통 애주가들의 성지로 불리는 사케 양조장 거리 ‘사이조’는 아직 한국인 여행자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토내해 특유의 잔잔한 풍경과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곳들입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남들과 다른 이색적이고 풍성한 히로시마 여행을 만들어 줄 근교 추천 명소 3곳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노미치, 언덕과 바다가 만나는 레트로 항구 마을
히로시마 시내에서 동쪽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오노미치는 일본의 수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소설의 배경지가 된 고즈넉한 항구 도시입니다. 좁은 골목과 가파른 계단길을 따라 옛 모습을 간직한 목조 가옥과 사찰이 이어져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되는 동네’로 소개되며 일본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감성 여행지입니다.
특히 골목 곳곳에서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는 일명 ‘고양이 골목(네코노호소미치)’은 사진을 좋아하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1) 오노미치 핵심 관람 포인트
- 센코지 로프웨이 & 센코지 공원 (千光寺公園): 케이블카를 타고 언덕 정상에 오르면 오노미치 수로와 다도해 풍경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공원 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잊지 못할 장관을 선사합니다.
- 고양이의 호소미치 (고양이의 지옥길, 猫の細道): 센코지에서 하산하는 언덕길 사이에 조성된 호젓한 돌담길입니다. 담장과 돌계단 곳곳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고양이 그림과 실제로 서식하는 야생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는 힐링 스폿입니다.
- 오노미치 라멘 (尾道ラーメン): 닭 가슴살과 세토 내해산 멸치로 낸 맑고 고소한 醤油(간장) 육수에 돼지 비계 둥둥 띄운 평면이 특징인 지역 명물 라멘입니다. 깊고 구수한 풍미가 일품입니다.
- 시마나미 카이도 (Shimanami Kaido): 오노미치와 시코쿠 에히메현 이마바리를 다리로 연결한 해안 도로로, 전 세계 자전거 라이더들의 ‘꿈의 코스’로 불립니다.
2) 히로시마 시내에서 오노미치 가는 법
앞선 편에서 소개한 JR서일본 히로시마·오카야마 레일패스를 소지하고 있다면 추가 요금 없이 이동할 수 있어, 패스를 활용한 근교 여행지로도 손꼽힙니다.
- JR 전철 이용: 히로시마역 ➔ (산요 본선) ➔ 오노미치역 하차 (약 1시간 20분 소요, 편도 1,520엔)
- 신칸센 이용: 히로시마역 ➔ 신오노미치역 하차 후 시내버스 환승 (약 40분 소요)

오쿠노시마(토끼섬), 치유와 역사가 공존하는 섬
오노미치에서 조금 더 남동쪽, 타다노우미 항구에서 배를 타고 15분만 들어가면 나타나는 ‘토끼섬’으로 잘 알려진 오쿠노시마가 떠 있습니다. 둘레 약 4km의 작은 섬 전역에 수백 마리의 야생 토끼가 서식하고 있어,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토끼들이 마중 나오는 듯한 독특한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 섬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가스를 제조하던 비밀 공장이 있던 자리이기도 해서, 섬 안의 독가스 자료관에서는 귀여운 토끼들의 모습과는 또 다른, 무거운 역사의 한 페이지도 함께 접할 수 있습니다.
1) 오쿠노시마 백배 즐기기 & 실전 꿀팁
- 토끼 먹이 미리 준비하기: 섬 내부에서는 토끼 먹이(당근, 배추, 토끼 전용 사료)를 판매하지 않습니다! 타다노우미 항구 선착장 상점이나 출발 전 편의점에서 당근이나 사료를 미리 구매해 가셔야 귀여운 토끼들의 폭풍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섬: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가스를 생산하던 비밀 군사 기지였던 곳으로, 섬 내부에 독가스 자료관과 전쟁 유적지 흔적이 보존되어 있어 역사를 함께 돌아볼 수 있습니다.
- 자전거 대여 산책: 섬 내 리조트(휴양촌)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바람을 맞으며 섬 한 바퀴를 유유자적 둘러보기에 매우 좋습니다.
2) 오쿠노시마(토끼섬) 가는 법
- 히로시마역에서 JR 산요 본선 탑승 ➔ 미하라역(Mihara) 환승 ➔ JR 타다노우미역(Tadanoumi Station) 하차 (약 1시간 10분)
- 타다노우미 항구(선착장)까지 도보 5분 이동 ➔ 오쿠노시마 행 페리 탑승 (약 15분 소요, 편도 약 370엔)
다만 오노미치와 오쿠노시마는 서로 가까워 보이지만 출발 거점(오노미치역 vs 다다노우미항·미하라역)이 다르기 때문에, 하루 안에 두 곳을 모두 묶어 돌아보기보다는 각각 하루씩 일정을 나누어 여유 있게 다니는 편을 권해드립니다.

전통 애주가들의 성지! 사이조 사케마치
히로시마현 히가시히로시마시에 자리한 사이조는 교토의 후시미, 효고의 나다와 함께 일본 3대 사케 생산지로 꼽히는 전통 양조 마을입니다. 일본 사케를 연구하는 국립 양조 연구소가 자리하고 있고, 매년 전국 최고의 사케를 가리는 일본술상도 이곳에서 열릴 만큼, 사케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성지’로 통하는 곳입니다.
술을 즐기지 않는 여행자라도 사케로 빚은 매실주, 사케 원료 쌀로 만든 모나카·케이크 같은 디저트, 사케 쌀가루를 넣은 프라이드치킨 등 거리 곳곳의 먹거리만으로도 충분히 즐길거리가 있습니다. 특히 매년 10월에 열리는 ‘사케마츠리(술 축제)’ 기간에 방문한다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케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어 양조장 거리가 일 년 중 가장 활기를 띠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1) 사이조 사케마치 관람 포인트
- 붉은 벽돌 굴뚝 정취: 사이조역 남쪽 출구로 나오면 검은 기와지붕과 붉은 벽돌 굴뚝이 길게 늘어선 차분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7~8개의 역사 깊은 양조장이 모여 있습니다.
- 양조장 무료 시음 투어 (사케 다이스키): 각 양조장(카모츠루, 카모이즈미 등) 내부를 방문하면 지하에서 퍼 올린 깨끗한 지하수(샘물) 맛을 비교해 볼 수 있으며, 양조장별 대표 사케를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시음 및 구매할 수 있습니다.
- 사이조 명물 ‘비쇼나베 (美酒鍋)’: 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고 닭고기, 돼지고기, 채소를 오직 사케와 소금, 후추만으로 볶아내는 양조장 전통 전골 요리로, 깔끔하고 담백한 풍미가 별미입니다.
2) 히로시마 시내에서 사이조 가는 법
- JR 전철 이용: 히로시마역 ➔ (JR 산요 본선) ➔ 사이조역(Saijo Station) 하차 (약 35~40분 소요, 편도 590엔)

지금까지 다섯 편에 걸쳐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직항편부터, 시내 교통패스 활용법, 원폭돔과 미야지마를 아우르는 핵심 관광 코스, 히로시마를 대표하는 음식들, 그리고 오노미치·오쿠노시마·사이조로 이어지는 근교 여행까지 히로시마 여행의 전 과정을 정리해드렸습니다. 아직 한국인 여행자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그만큼 붐비지 않는 여유로운 일정을 짤 수 있다는 것이 히로시마 여행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히로시마 시내에서 방문해야 할 명소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